키보드 추천|가격보다 사용 목적부터, 가성비·알루미늄·무선·게이밍 비교


키보드를 바꿔볼 생각으로 제품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대단한 조건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지금 쓰는 것보다 키감이 조금 좋고, 가능하면 무선이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을 때 너무 평범해 보이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몇 개만 찾아보면 끝날 줄 알았던 일이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87키 텐키리스와 75% 배열부터 가스켓, 핫스왑, 알루미늄 하우징, 저소음축, 광축, 자석축까지 처음에는 굳이 알아야 하나 싶었던 말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격도 애매했습니다. 5만원 안팎의 AULA F87 Pro 정도면 충분해 보이다가 조금만 더 찾아보면 알루미늄 키보드가 나왔고, 거기서 예산을 조금 더 올리면 Rainy 75처럼 타건감과 내부 구성까지 신경 쓴 제품이 보였습니다. 숫자패드를 생각하면 다시 풀배열로 돌아가야 했고, 게임을 기준으로 보면 이번에는 8K와 자석축이 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키보드를 찾으려면 제품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비교하다 보니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제품을 많이 볼수록 결국 중요한 건 어떤 기능을 더 원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하지 못하는지였습니다.

01. 처음에는 5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눈에 들어온 건 흔히 독거미라고 부르는 AULA F87 Pro였습니다. 87키 텐키리스라 숫자패드는 없지만 유선·2.4GHz·블루투스를 모두 사용할 수 있고, 가스켓 구조와 핫스왑까지 지원합니다.

예전에 저가 기계식 키보드라고 하면 키를 누를 때 하우징 안에서 울리는 빈 소리나 스테빌라이저 잡음부터 걱정했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이 정도 가격에서도 내부 흡음 구조를 넣고 완제품 상태의 타건감을 꽤 신경 쓴 제품이 많았습니다.

처음 기계식 키보드를 산다면 굳이 시작부터 10만원, 20만원대로 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숫자패드가 필요하지 않고 별도로 튜닝할 생각도 없다면 F87 Pro 정도만 해도 무선과 기계식 키보드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제품을 계속 보다 보니 하나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플라스틱 하우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소재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는데 타건 영상을 계속 듣고 제품 사진을 보다 보니 알루미늄 키보드 특유의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이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F87 Pro로 끝날 것 같았던 검색이 LEOBOG Hi75C Pro까지 이어졌습니다.

Hi75C Pro는 81키 75% 배열에 알루미늄 합금 상·하부 하우징을 사용합니다. 유선 USB-C와 2.4GHz, 블루투스 3모드를 지원하고 4,000mAh 배터리, 가스켓 구조, 핫스왑과 노브까지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F87 Pro도 무선이고 Hi75C Pro도 무선입니다. 처음에는 가격이 올라가면 기능이 하나씩 더 추가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선택 기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F87 Pro는 익숙한 87키 텐키리스와 부담이 적은 가격이 장점이었고, Hi75C Pro는 조금 더 작은 75% 배열과 알루미늄 하우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국 둘은 싼 키보드와 비싼 키보드라기보다 플라스틱 텐키리스가 편한 사람과 알루미늄 75%가 끌리는 사람의 선택에 가까웠습니다.

저 역시 결국 풀알루미늄 무선 키보드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여러 제품을 비교한 끝에 실제로 선택한 제품은 EPOMAKER 갤럭시70이었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을 비교하면서 왜 갤럭시70을 선택하게 됐는지, 실제로 사용하면서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는 따로 정리해두었습니다.

02. 알루미늄을 보기 시작하니 레이니75가 기준점처럼 보였습니다

Hi75C Pro를 보고 나니 더 이상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알루미늄 무선 키보드를 찾아보면 WOBKEY Rainy 75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레이니75는 75% 배열에 6063 알루미늄 CNC 하우징과 가스켓 구조를 사용합니다. USB-C뿐 아니라 2.4GHz와 블루투스도 지원하고, 내부에는 Poron과 EPDM 계열 흡음재가 들어가며 PBT 이중사출 키캡을 사용합니다. 핫스왑과 VIA/QMK 기반 키 설정까지 가능합니다.

그런데 처음 사양만 봤을 때는 조금 의문이었습니다. Hi75C Pro도 알루미늄이고 3모드를 지원하는데 굳이 가격을 더 올릴 이유가 있나 싶었습니다.

여러 타건 후기와 비교를 보다 보니 이 가격대부터는 숫자로 보이는 기능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중요해졌습니다. 흡음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스위치와 플레이트가 어떤 느낌을 만드는지, 여러 키를 빠르게 누를 때 특정 키만 튀지 않고 전체적인 소리가 얼마나 정돈되어 있는지 같은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레이니75는 ‘알루미늄이라서 더 비싼 제품’이라기보다 완제품 상태의 타건감과 세부 구성을 조금 더 중요하게 보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다만 레이니75는 제품명 하나만 보고 사기에는 조금 복잡했습니다. Lite, Standard, Pro 등 버전에 따라 배터리와 플레이트, 스위치, RGB, 하단 웨이트 구성이 달라질 수 있고 기본 계열과 Pro의 배터리 용량도 다를 수 있어서 구매할 때는 정확한 버전을 같이 확인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제품이 보였습니다. Keychron Q1 Knob입니다.

Q1 역시 75% 배열의 CNC 풀알루미늄 하우징에 가스켓 구조와 핫스왑, 노브를 갖춘 제품입니다. 그런데 레이니75와 비교하면서 보니 방향이 조금 달랐습니다.

레이니75는 완제품 상태에서 좋은 타건감과 무선을 편하게 사용하고 싶은 쪽이라면, Q1은 스위치와 키캡을 바꾸고 키매핑까지 손대면서 자신이 원하는 느낌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더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왜 멀쩡한 새 키보드의 스위치를 다시 바꾸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계속 찾아보다 보니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어느 정도부터 키보드는 완제품을 사는 물건이라기보다 내 취향을 만들어가는 취미가 되기도 했습니다.

03. 75%가 예뻐 보여도 숫자패드가 필요하면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75% 키보드를 보다 보면 풀배열이 유난히 크게 보입니다. 키보드와 마우스 사이가 가까워지고 책상도 훨씬 깔끔해 보여서 저도 처음에는 작은 배열 쪽으로 마음이 많이 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하루 동안 어떤 키를 많이 누르는지 생각해보니 사람마다 답이 다를 것 같았습니다. 엑셀이나 숫자 입력을 자주 한다면 작은 키보드가 항상 편한 것은 아닙니다.

이 기준을 넣자 AULA F108 Pro와 DAREU EK106 Pro가 다시 후보로 들어왔습니다.

F108 Pro는 숫자패드가 있는 풀배열 기계식 키보드로 유선·2.4GHz·블루투스를 지원하고, Pro 모델에는 작은 디스플레이와 노브가 들어갑니다. 연결 상태나 배터리를 화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Fn 조합을 외우는 것보다 편해 보였습니다.

EK106 Pro도 숫자패드를 갖춘 풀배열이고 3모드 연결과 4,000mAh 배터리, 가스켓 구조, 핫스왑과 노브를 갖추고 있습니다. 숫자 입력이 많은 업무와 일반적인 PC 사용을 한 대로 해결하려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작은 키보드보다 이런 구성이 더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물론 풀배열은 그만큼 넓습니다. 오른손과 마우스 사이가 멀어지고, 게임에서 마우스를 크게 움직인다면 텐키리스나 75%가 훨씬 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숫자패드를 매일 사용하는 사람이 책상이 예뻐 보인다는 이유로 75%를 샀다가 별도의 숫자패드를 다시 놓는 것도 조금 이상합니다.

배열을 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바뀐 생각도 이것이었습니다.

예쁜 배열을 고르는 것보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키를 없애지 않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04. 책상 위에서 중요한 게 타건감만은 아니었습니다

키보드를 계속 찾아보다 보니 타건감과 성능 외에도 책상 위에서 매일 보는 물건이라는 점을 무시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제품 중 하나가 ARCHON AK47이었습니다. 텐키리스 구성에 LCD와 노브를 넣어 배터리와 연결 상태, 볼륨과 LED 상태를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고 원하는 이미지를 넣어 꾸밀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화면이 그냥 장식처럼 보였는데 3모드 연결까지 지원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디스플레이 하나만 붙인 제품은 아니었습니다. 책상 위에서 키보드가 차지하는 분위기와 실사용 편의성을 함께 중요하게 보는 사람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반대로 화면이나 무선보다 단단한 하우징과 전통적인 게이밍 키보드의 느낌을 중요하게 보면 HyperX Alloy Origins Core 같은 제품이 눈에 들어옵니다.

Alloy Origins Core는 텐키리스에 풀알루미늄 바디를 사용합니다. 요즘 제품처럼 여러 무선 방식을 넣지는 않고 유선에 집중한 구성이지만 묵직하고 단단한 본체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방향이 명확했습니다.

DAREU A87 Pro는 반대쪽이었습니다. 텐키리스 배열에 2.4GHz와 블루투스, 가스켓 구조와 핫스왑을 묶었습니다. 알루미늄의 단단함을 우선한다면 Alloy Origins Core, 무선과 가스켓·핫스왑이 중요하다면 A87 Pro처럼 같은 텐키리스라도 선택 이유가 달랐습니다.

ROCCAT Vulcan Pro TKL 역시 사진에서는 금속 느낌이 강하지만 구조를 보면 풀알루미늄 하우징이라기보다 알루미늄 상판과 광축, 노출형 키 디자인, RGB를 중심으로 보는 편이 맞았습니다.

작은 배열까지 내려가면 또 다른 선택이 생겼습니다. Corsair K65 RGB MINI는 60% 배열과 8,000Hz 폴링레이트를 결합해 마우스 공간을 최대한 넓히고 싶은 게임 사용자에게 성격이 분명했습니다.

대신 F열과 독립 방향키가 없기 때문에 글을 쓰거나 일반적인 PC 작업을 많이 한다면 그 작은 크기가 그대로 불편함이 될 수도 있습니다.

Glorious GMMK2는 65%와 96% 배열을 선택할 수 있고 5핀 핫스왑을 지원해 스위치를 바꾸며 사용하기 좋습니다. 다만 알루미늄을 사용한다고 해도 풀알루미늄 하우징이 아니라 알루미늄 상판과 폴리머 하판을 결합한 구조라 소재를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mStone Rookie 68 BT와 Ninja 87 Pro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Rookie 68 BT는 작은 배열과 무선을 원하는 쪽, Ninja 87 Pro는 익숙한 텐키리스 배열을 유지하면서 2.4GHz와 블루투스를 사용하고 싶은 쪽입니다. 제품이 많아 보이지만 결국 크기를 줄이는 대신 어떤 키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의 문제였습니다.

05. 게임을 기준으로 보니 지금까지 비교한 순서가 다시 뒤집혔습니다

여기까지는 하우징과 배열, 무선, 타건감이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그런데 FPS 게임을 많이 한다는 조건을 넣자 제품을 보는 방식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숫자패드는 필요하지만 입력 지연에도 민감하다면 DAREU EK106 Pro 8K처럼 풀배열을 유지하면서 8,000Hz 폴링레이트를 사용하는 제품이 있습니다.

일반 EK106 Pro가 무선과 일상적인 편의성을 챙긴 제품이라면 EK106 Pro 8K는 유선 연결과 높은 폴링레이트에 더 무게를 둔 제품입니다. 문서 작업이 대부분이라면 8K 때문에 이 제품을 고를 이유는 크지 않지만 게임이 중심이라면 같은 이름의 두 제품도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Corsair K70 RGB TKL과 K70 RGB PRO 같은 제품도 비슷했습니다. 각각 텐키리스와 풀배열을 선택할 수 있고 높은 폴링레이트와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전형적인 게이밍 키보드입니다.

그런데 같은 예산으로 무선이나 풀알루미늄 키보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결국 질문은 하나로 줄어듭니다. 나는 실제로 게임 기능을 얼마나 사용할 것인가.

Razer Huntsman V2 TKL은 광축과 내부 흡음, 팜레스트를 조합해 빠른 입력과 타건할 때의 소리와 충격을 함께 다듬은 제품입니다.

여기서 자석축까지 가면 이야기는 더 달라집니다.

Logitech G512 X 75는 75% 배열 안에서 일반 기계식 스위치와 자석축을 함께 활용하는 구성이 특징입니다. 자석축 영역에서는 작동 지점을 조절하거나 Rapid Trigger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우징만 보면 알루미늄 키보드를 찾아보던 제 기준에서는 아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애초에 고급 하우징보다 자석축과 입력 기능에 돈을 쓰는 제품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러웠습니다.

SteelSeries Apex Pro 계열 역시 자석축을 이용해 작동 지점과 리셋 지점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글을 쓸 때는 이런 기능이 큰 의미가 없지만 FPS에서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고 같은 키를 반복 입력하는 사람에게는 Rapid Trigger 자체가 제품을 고르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무선 게이밍으로 가면 Logitech G913 TKL처럼 방향이 다시 바뀝니다. 묵직한 풀알루미늄 키보드와는 반대로 낮은 높이와 무선, 비교적 가벼운 사용감이 장점입니다.

Durgod K620W는 2.4GHz와 블루투스, 유선을 지원하면서 핫스왑까지 갖춰 화려한 RGB보다 무선과 배터리, 실사용 편의성을 중요하게 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Corsair K70 Pro Mini는 작은 배열과 핫스왑, 2.4GHz·블루투스를 함께 넣고 유선에서는 높은 폴링레이트까지 사용할 수 있어서 작은 키보드와 게임 성능, 무선을 동시에 원하는 사람에게 성격이 분명했습니다.

가격대를 더 올리면 ASUS ROG Azoth처럼 75% 배열에 무선, OLED, 가스켓 구조와 핫스왑을 한꺼번에 넣은 제품도 있습니다. 풀알루미늄 커스텀 키보드라기보다 게이밍 브랜드의 편의성과 커스텀 키보드의 구조를 섞은 제품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Mountain Everest Max는 더 독특했습니다. 숫자패드를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옮길 수도 있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떼어낼 수도 있습니다. 미디어 독과 디스플레이 키까지 있어 다른 제품과 비교하기 어려운 모듈형 구조입니다.

기능만 보면 재미있지만 크고 가격도 높고 유선이기 때문에 그 모듈 기능을 실제로 사용할 사람이 아니라면 오히려 단순한 제품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이쯤 되니 좋은 기능이 많다는 것과 나에게 좋은 키보드라는 것이 정말 다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6. 마지막까지 남은 기준은 의외로 소음이었습니다

타건 영상을 볼 때는 소리가 좋은 키보드가 자꾸 귀에 들어옵니다. 단단한 소리, 도각거리는 소리, 조약돌 같은 소리처럼 키보드마다 표현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용하는 장소를 사무실이나 밤늦은 집으로 바꿔 생각하면 기준이 달라집니다. 나에게 듣기 좋은 소리가 옆 사람에게는 그냥 소음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조건을 넣자 SPM PN06 LOOMI 루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PN06 루미는 88키 텐키리스의 CNC 풀알루미늄 기계식 키보드에 HMX 목새 저소음 리니어 스위치를 기본으로 사용합니다. 가스켓 마운트와 FR4 보강판, 핫스왑과 PBT 키캡을 갖추고 유선·2.4GHz·블루투스를 모두 지원합니다.

배터리도 8,000mAh로 크고 무게도 약 2kg대로 상당히 묵직합니다. 들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책상 위에 계속 두고 쓴다면 그 무게가 오히려 안정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레이니75와 비교하면 두 제품의 차이가 더 분명했습니다.

75% 배열과 알루미늄, 무선, 정돈된 타건감을 중요하게 보면 Rainy 75가 눈에 들어오고, 풀알루미늄의 묵직함을 유지하면서 주변에 전달되는 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싶다면 PN06 루미가 더 자연스럽습니다.

여기까지 와서야 한 가지를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말 기계식이어야 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교무실이나 도서관, 스터디카페처럼 주변에 사람이 있고 조용함과 낮은 키 높이가 더 중요하다면 펜타그래프가 오히려 편할 수 있습니다.

한성의 저가형 펜타그래프 제품 중에는 3만원대에서도 블루투스·2.4GHz·유선 연결과 충전식을 갖춘 제품들이 있고, 키크론의 미니 펜타그래프 계열은 얇은 두께와 레트로한 디자인, 휴대성 쪽에 장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기계식 키보드를 찾고 있었는데 마지막에는 기계식이라는 조건 자체가 정말 필요한가까지 생각하게 된 셈입니다.

07. 지금 다시 기계식 키보드를 고른다면

처음 기계식 키보드를 경험하는 단계라면 저는 굳이 처음부터 비싼 제품을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F87 Pro 정도에서도 3모드와 가스켓, 핫스왑을 경험할 수 있고 기계식 키보드가 자신에게 잘 맞는지 확인하기에는 충분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하우징이 싫고 비교적 낮은 예산에서 알루미늄과 무선을 함께 갖고 싶다면 Hi75C Pro처럼 방향이 달라집니다.

그 상태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 완제품 타건감과 내부 흡음 구성, 키 설정까지 중요하게 보기 시작하면 Rainy 75가 들어옵니다. 반대로 스위치와 키캡을 바꾸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면 Keychron Q1 같은 제품이 더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풀알루미늄 하우징과 무선, 배열, 노브 같은 실제 사용 편의성을 함께 따지다 보면 갤럭시70 같은 제품이 마지막까지 남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갤럭시70을 선택한 과정과 사용하면서 느낀 부분은 아래 글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숫자패드를 많이 사용한다면 F108 Pro나 EK106 Pro 같은 풀배열이 더 편할 수 있고, 풀배열을 유지하면서 게임까지 중요하다면 EK106 Pro 8K처럼 방향이 다시 달라집니다.

작은 책상과 FPS가 중심이라면 60~75% 배열과 높은 폴링레이트, 자석축을 먼저 볼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G512 X 75나 Apex Pro처럼 알루미늄 하우징보다 Rapid Trigger와 입력 기능에 더 많은 비용을 쓰는 제품이 의미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시간이 길다면 상황은 또 다릅니다. 화려한 타건음보다 저소음이 중요해지면서 PN06 루미 같은 제품이 더 잘 맞을 수 있고, 소음과 낮은 높이가 가장 중요하다면 아예 펜타그래프까지 함께 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제품을 처음 찾아볼 때는 가격 순서대로 비교했습니다. 5만원짜리를 보고, 그보다 조금 비싼 제품을 보고, 다시 10만원이 넘는 제품을 보면서 돈을 더 쓰면 무엇이 더 좋아지는지를 찾았습니다.

지금은 반대로 보게 됐습니다.

숫자패드를 쓰는지, 무선이 꼭 필요한지, 플라스틱 하우징이 괜찮은지, 조용해야 하는지, 게임을 얼마나 하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정하고 나면 수십 개였던 후보가 생각보다 빠르게 몇 개로 줄어듭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기계식 키보드를 산다고 해도 하나를 먼저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키보드를 고르려면 스펙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제품을 비교하고 나서 마지막에 남은 것은 오히려 단순했습니다. 나는 매일 키보드를 쓰면서 무엇을 가장 오래 신경 쓰는 사람인가. 가격인지, 디자인인지, 키감인지, 소음인지, 아니면 게임에서의 입력 성능인지 그 답을 먼저 정하는 것이 제품명을 외우는 것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 제품 가격과 세부 옵션은 판매처, 스위치, 색상 및 구매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LEOBOG Hi75 계열과 WOBKEY Rainy 75는 버전에 따라 연결 방식과 배터리, 플레이트, 스위치 등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매 전 정확한 모델명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의 제품 특성과 타건감에 관한 내용은 제품 사양과 여러 실제 사용·타건 후기를 비교하며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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