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거나 외출할 때 청소 버튼을 눌러놓으면 알아서 집안을 돌아다니고, 돌아왔을 때 바닥이 깨끗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성비 로봇 청소기를 구매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굳이 비싼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요즘 로봇청소기들을 보면 중간 가격대에도 자동 먼지 비움부터 물걸레 세척까지 웬만한 기능은 다 들어가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처음 며칠은 보이지 않던 단점이 시간이 지나면 하나씩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번 눈에 들어온 불편은 매일 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다시 보였지만 '이 가격에 이 정도면 됐지.'하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당근을 열어 판매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대를 팔고 다음 제품을 샀습니다. 이번에는 이전 제품에서 불편했던 부분이 해결될 것 같았지만 또 다른 단점이 보여 다시 당근에 팔았습니다.
MOVA S70에서 시작해 드리미 L40S, 에코백스 T90, T50, 다시 MOVA P70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좋은 로봇청소기를 찾았다기보다 가성비를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던 것 같습니다.
01. MOVA S70, 처음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사용한 건 MOVA S70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꽤 만족했습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기능도 많았고, 특히 장애물을 피하고 문턱을 넘어가는 모습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로봇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사람이 따라다니며 구해줘야 한다면 자동청소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에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편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며칠은 '굳이 로보락 같은 비싼 제품까지 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용하다 보니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카락이었습니다. 청소가 끝나면 롤러에 감긴 머리카락이 신경 쓰였고, 결국 브러시를 꺼내 정리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주방처럼 기름기가 섞인 얼룩에서도 제가 기대했던 만큼 시원하게 닦이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로봇청소기가 모든 걸 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매일 사용하는 가전은 작은 불편도 매일 반복됩니다.
어느 날 청소가 끝난 로봇청소기의 브러시를 빼서 머리카락을 정리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청소하기 싫어서 로봇청소기를 샀는데, 지금 로봇청소기를 청소하고 있네.'
결국 S70은 당근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제품을 찾을 때는 자연스럽게 S70에서 불편했던 부분부터 확인했습니다.
02. 드리미 L40S, 하나를 해결하니 다른 게 보였습니다
S70을 보내고 다음으로 사용한 제품은 드리미 L40S였습니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조금 더 꼼꼼하게 골랐습니다. 흡입력 숫자만 보지 않았습니다. 브러시는 어떻게 생겼는지, 물걸레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장애물은 얼마나 잘 피하는지까지 하나씩 찾아봤습니다. 처음 제품을 살 때보다 훨씬 꼼꼼히 비교했습니다.
L40S를 사용하면서 분명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로봇청소기를 한번 바꿔본 뒤라 그런지 이번에는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부분까지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실제 집 안에서는 테스트 영상처럼 바닥이 항상 깨끗하게 비워져 있지 않았습니다. 전선도 있고, 가구도 있고, 의자 다리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물건이 바닥에 놓여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원하는 건 단순히 청소를 잘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청소 전에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기계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전 제품에서 하나를 해결하면 이번에는 다른 부분이 신경 쓰였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너무 예민하게 제품을 보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긴 불편은 결국 계속 눈에 들어왔습니다.
L40S도 결국 당근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장애물 회피와 관리 편의성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03. 에코백스 T90, 이번에는 정말 오래 쓸 줄 알았습니다
그다음에 선택한 제품이 에코백스 T90이었습니다. T90을 고를 때는 나름 확신이 있었습니다.
장애물 회피도 괜찮았고, 롤러 관리도 이전에 신경 쓰였던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것 같았습니다.
PowerBoost처럼 배터리가 부족할 때 빠르게 충전한 뒤 다시 청소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넓은 공간을 높은 출력으로 청소할 때는 꽤 실용적인 기능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오래 쓰겠구나.'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T90을 사용하면서는 제품 자체의 문제와는 조금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가격이었습니다.
제가 구입할 때 생각했던 비용과 실제 사용하면서 느끼는 만족도를 계속 비교하게 됐습니다.
90만원 안팎까지 올라오는 제품이라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까지 돈을 쓸 거라면 조금 더 보태서 아예 상위 제품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처음 로봇청소기를 살 때는 100만원이 넘는 제품은 아예 후보에도 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성비를 찾아 제품을 바꾸다 보니 어느새 그 가격 바로 아래까지 와 있었습니다.
결국 T90도 당근에 올렸습니다.
04. 다시 에코백스 T50으로 내려왔습니다
T90을 보내고 바로 프리미엄 제품으로 넘어갔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이상했습니다.
막상 100만원이 훌쩍 넘는 제품을 결제하려고 하니 다시 아까웠습니다.
'로봇청소기인데 꼭 이렇게까지 써야 하나.'
그래서 다시 가격을 낮췄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제품이 에코백스 T50이었습니다.
T50은 비교적 낮은 가격에서 기본적인 청소 성능과 장애물 회피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T90까지 써보고 다시 내려왔으니 이번에는 오히려 마음이 편할 줄 알았습니다.
조금 부족한 게 있어도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상위 제품을 경험하고 난 뒤였습니다.
전에는 몰랐던 차이가 보였고, 전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이제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깨달았습니다.
제품 가격은 다시 내려왔지만 제 기준은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T50도 오래 남지 못했습니다. 다시 당근에 판매했습니다.
05. MOVA P70, 여기서 가성비 찾기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래도 저는 한 번 더 가성비 쪽을 선택했습니다.
MOVA P70이었습니다.
P70 역시 가격을 생각하면 기본 청소 성능과 장애물 회피를 꽤 잘 갖춘 제품이었습니다.
처음 로봇청소기를 알아보던 때의 저였다면 충분히 만족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S70을 쓰고, L40S를 쓰고, T90을 쓰고, T50까지 사용한 뒤였습니다.
이제는 청소기가 지나가는 모습만 봐도 신경 쓰이는 게 많았습니다.
장애물을 어떻게 피하는지, 문턱에서 얼마나 망설이는지, 맵은 제대로 만드는지, 동선이 이상하게 꼬이지는 않는지, 물걸레가 지나간 자리에 얼룩이 남지는 않는지, 브러시는 얼마나 자주 손봐야 하는지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휴대폰에 있는 당근 판매 기록을 보게 됐습니다.
그제야 조금 허탈했습니다.
저는 계속 돈을 아끼려고 가성비 제품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제품을 사고, 사용하고, 다시 팔고, 돈을 더 보태 다음 제품을 사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어 당근에 올리고, 가격을 조정하고, 구매자와 약속을 잡고, 다시 박스를 정리하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또다시 유튜브와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다음 로봇청소기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게 정말 돈을 아끼고 있는 게 맞나.
결국 P70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처음부터 질문을 다르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06. 이번에는 가격부터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전까지 제가 했던 질문은 늘 비슷했습니다.
'가격 대비 가장 좋은 제품이 뭘까?'
이번에는 그 질문을 버렸습니다.
대신 제가 지금까지 제품을 바꿨던 이유를 하나씩 적어봤습니다.
장애물을 피하지 못하는 것.
문턱에서 버벅이는 것.
머리카락 때문에 브러시를 계속 관리해야 하는 것.
물걸레가 기대만큼 깨끗하게 닦이지 않는 것.
맵과 동선이 답답한 것.
배터리 때문에 청소 효율이 떨어지는 것.
그리고 매번 물을 채우고 오수를 버리는 것까지.
이번에는 가격보다 이 문제들을 얼마나 많이 해결해주는지를 먼저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찾아보니 마지막까지 계속 남는 제품이 로보락 플래그십과 삼성 Bespoke AI 스팀 울트라였습니다.
07. 로보락이 계속 마지막까지 남는 이유
로보락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떤 한 가지 기능이 압도적이라기보다 전체적으로 빈틈이 적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흡입 성능도 좋지만 제가 더 눈여겨본 것은 청소 동선과 배터리 효율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배터리 용량 숫자만 크면 좋은 줄 알았습니다.
여러 제품을 써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무리 배터리가 커도 집 안을 비효율적으로 돌아다니면 청소시간이 길어집니다. 반대로 집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고 필요한 곳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면 같은 배터리로도 훨씬 여유가 생깁니다.
비교 자료에서 30평대 공간을 표준모드로 청소했을 때도 이 차이가 꽤 크게 나타났습니다. 삼성은 청소 후 배터리가 약 15~20% 남았던 반면, 로보락은 약 50%가 남았습니다.
여러 제품을 쓰면서 맵핑과 동선까지 신경 쓰게 된 제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꽤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렇다고 로보락이 모든 부분에서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장애물 회피와 물걸레에서는 삼성 쪽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다섯 대를 바꾸고 나니 최고 성능 하나보다 사용하면서 다시 제품을 바꾸고 싶게 만드는 약점이 얼마나 적은가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됐습니다.
08. 삼성도 포기하기 어려웠습니다
로보락 쪽으로 마음이 기울다가도 삼성 Bespoke AI 스팀 울트라를 보면 다시 고민하게 됐습니다.
제가 그동안 로봇청소기를 바꾸면서 불편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삼성이 꽤 잘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애물 회피가 그중 하나였습니다.
로봇청소기를 돌리기 전에 사람이 먼저 바닥을 정리해야 한다면 저는 그게 꽤 귀찮았습니다.
문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이 없는 동안 알아서 청소하라고 산 제품인데 문턱에서 멈춰 있으면 결국 사람이 필요합니다.
삼성은 이런 장애물 회피와 문턱 대응에서 강점을 보였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물걸레 성능도 삼성 쪽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기에 국내 서비스까지 생각하면 더 고민됐습니다.
로봇청소기는 생각보다 복잡한 기계입니다. 센서와 카메라가 있고, 배터리가 있고, 물걸레 장치와 스테이션까지 있습니다.
몇 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고장이 났을 때 얼마나 편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도 무시하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맵핑과 소프트웨어, 청소 동선과 배터리 효율에서는 여전히 로보락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결국 두 제품을 비교할수록 어느 쪽이 무조건 더 좋다기보다 제가 어떤 불편을 더 참기 싫은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09. 둘 중 하나만 고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다이슨이 나왔습니다
여기까지 왔을 때는 이제 선택지가 정리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로보락이냐 삼성이나. 이번에는 둘 중 하나를 사서 정말 오래 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했던 제품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이슨 Spot+Scrub Ai였습니다.
다이슨은 앞의 제품들과 다릅니다.
아직 제가 직접 사용해본 제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실제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관심이 가는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다이슨이 그동안 일반 청소기에서 보여준 것 때문입니다.
특히 여러 로봇청소기를 사용하면서 점점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물청소를 다이슨이 어떻게 풀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Spot+Scrub Ai는 흔히 보던 원형 물걸레 패드 방식과 달리 롤러를 이용해 바닥을 닦는 방식이라 이 부분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이제는 브랜드 이름만 보고 제품을 고를 생각은 없습니다.
다섯 대나 바꿔보고 나니 오히려 더 그렇습니다.
다만 청소기에서 오랫동안 기술을 쌓아온 다이슨이 제가 그동안 느꼈던 로봇청소기의 불편을 얼마나 해결했을지는 직접 한번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10. 다섯 대를 바꾸고 나서야 알게 된 것
S70을 살 때만 해도 저는 가성비 좋은 로봇청소기 하나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L40S를 거쳤고, T90을 썼고, 다시 T50으로 내려왔다가 P70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번에는 오래 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다 당근에 팔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제품을 바꿀 때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하나씩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흡입력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장애물 회피가 보였습니다.
문턱이 보였고, 머리카락 관리가 보였고, 물걸레가 보였습니다.
그다음에는 맵핑과 청소 동선, 배터리가 보였습니다.
지금은 직배수와 AS까지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저에게 로봇청소기를 고를 때 무엇부터 봐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예전처럼 흡입력이 몇 Pa인지부터 말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먼저 물어보고 싶습니다.
로봇청소기를 쓰면서
어떤 불편을 가장 참기 싫으세요?
바닥에 물건이 많아 장애물 회피가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집에 문턱이 많다면 문턱을 잘 넘는 게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이나 긴 머리카락 때문에 브러시를 자주 관리해야 한다면 엉킴 방지가 가장 중요한 기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물걸레까지 로봇청소기에 맡기고 싶다면 흡입력 숫자보다 실제 물걸레 성능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완벽한 제품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대신 여러 제품을 직접 사용하면서 내가 감수할 수 있는 단점과 감수하기 싫은 단점은 분명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처음보다 훨씬 비싼 로보락과 삼성을 보고 있습니다.
아직 사용하지도 않은 다이슨까지 후보에 들어왔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로봇청소기에 왜 이렇게까지 돈을 쓰냐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다섯 대를 사고팔아본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처음 살 때 20만원을 아끼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사서 몇 년 동안 바꾸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싸게 먹힐 수도 있겠다는 것.
물론 비싸다고 반드시 만족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 신중합니다.
로보락의 전체적인 균형과 효율을 선택할지, 삼성의 장애물 회피와 문턱, 물걸레와 AS를 선택할지, 아니면 다이슨을 조금 더 지켜볼지.
아직 마지막 한 대는 정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번에 고르는 제품만큼은 사진을 찍어서 당근에 올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제가 MOVA S70, 드리미 L40S, 에코백스 T90, 에코백스 T50, MOVA P70을 순서대로 사용하면서 느낀 경험과 제품 비교 자료를 함께 정리한 글입니다. 로보락과 삼성의 세부 성능 비교는 첨부한 비교 자료를 참고했으며, 다이슨 Spot+Scrub Ai는 아직 직접 사용하지 않은 관심 제품입니다. 실제 사용 환경과 집 구조, 설정에 따라 체감 성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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