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머리가 복잡할 때 화장실 청소를 합니다. 해야 할 일이 많거나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 날이면 이상하게 화장실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수전에 남아 있는 작은 물자국을 닦고, 세면대를 문지르고, 샤워부스의 물때를 하나씩 지우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릿속도 같이 정리되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장실을 자주 청소하게 됐습니다. 집에 오는 사람들이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유난히 깨끗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대청소를 하는 것도 아니고 비싼 청소용품을 잔뜩 갖춰놓은 것도 아닙니다.
대신 나름대로 정해놓은 순서가 있습니다. 물때는 물때대로, 곰팡이는 곰팡이대로 처리하고 손이 많이 가는 곳은 도구의 도움을 받습니다. 무엇보다 더러워진 뒤 한꺼번에 청소하기보다 눈에 보이기 시작할 때 조금씩 없애는 편입니다.
오랫동안 이렇게 청소하다 보니 이제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떤 곳은 세게 문지를 필요가 없는지, 반대로 어디는 한 번씩 분해해서 봐야 하는지도 어느 정도 정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평소 화장실을 청소하는 순서와 실제로 사용하는 청소용품을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01 청소를 시작하면 일단 위부터 봅니다
화장실을 청소할 때 저는 바닥부터 닦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돌리고 천장부터 시작합니다. 어차피 위쪽을 나중에 청소하면 먼지가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바닥은 가장 마지막에 닦는 편이 훨씬 편했습니다.
천장은 긴 밀대에 청소포를 끼워 전체적으로 한 번 훑어줍니다. 평소에는 깨끗해 보이지만 습기가 많은 공간이라 모서리까지 자세히 보면 먼지가 붙어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꼭 확인하는 곳이 환풍기입니다. 커버를 열어보면 생각보다 먼지가 많이 쌓여 있습니다. 이 먼지를 그대로 두고 바닥과 변기만 반짝이게 닦아놓는 것은 어딘가 찜찜해서 한 번 청소를 시작한 날에는 같이 정리합니다.
환풍기처럼 손이 잘 들어가지 않는 좁은 곳에는 틈새 브러시를 사용합니다. 솔이 좁아서 틈에 들어가기 좋고 뭉쳐 있는 먼지를 먼저 털어내기도 편합니다. 분리한 커버는 따로 씻어 완전히 말려둡니다.
긴 청소 밀대 · 청소포 · 틈새 브러시 · 극세사 타월
02 수전은 반짝이게 닦는 것보다 물기를 남기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화장실을 보고 깨끗하다고 느끼는 데는 수전도 꽤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화장실 전체가 깨끗해도 수전에 하얀 물자국이 가득하면 어딘가 오래 청소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물때가 보이면 수세미로 세게 문질렀습니다. 그런데 오래된 물때는 힘을 준다고 생각만큼 쉽게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물때 제거제를 먼저 뿌리고 잠시 기다립니다.
세정제가 물때에 충분히 닿은 뒤 부드러운 스펀지로 닦으면 훨씬 쉽게 없어집니다. 세면대와 샤워 수전까지 같은 방법으로 닦은 다음 물로 충분히 헹굽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내지 않습니다. 제가 수전을 닦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마지막 물기입니다. 깨끗하게 씻어놓고 그대로 두면 물방울이 마르면서 다시 하얀 자국이 남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극세사 타월로 수전을 한 번 닦아 반짝이는 상태로 만들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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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곰팡이는 발견하면 다른 청소보다 먼저 손을 씁니다
제가 화장실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실리콘에 생긴 검은 곰팡이입니다. 바닥에 머리카락 하나 떨어져 있는 것보다 샤워부스 모서리에 검은 점이 보이는 것이 더 신경 쓰입니다.
그래서 곰팡이가 보이는 날에는 본격적으로 다른 곳을 닦기 전에 곰팡이 제거제를 먼저 발라둡니다. 특히 세로로 된 실리콘에는 흘러내리지 않는 젤 형태가 편했습니다. 먼저 발라두고 변기나 세면대를 청소하다 보면 기다리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지나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물로 충분히 씻어냅니다. 오래 두면 더 잘 없어질 것 같지만 제품에서 정한 사용시간 이상으로 무작정 방치하지는 않습니다. 염소계 곰팡이 제거제를 사용할 때는 다른 세정제와 섞지 않는 것도 꼭 지키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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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변기는 겉보다 안 보이는 틈을 더 신경 씁니다
변기는 겉만 닦아놓으면 금방 깨끗해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신경 쓰는 곳은 오히려 변기 시트의 연결 부분입니다. 분리할 수 있는 구조라면 가끔 시트를 분리해서 그 아래까지 확인합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오염이 의외로 많이 숨어 있습니다.
변기 외부와 시트 주변은 욕실용 세정제를 사용해서 닦습니다. 연결부처럼 걸레가 잘 들어가지 않는 곳은 작은 브러시로 한 번 더 닦아줍니다.
변기 안쪽에 누렇게 굳은 요석이 보이면 일반 욕실 세제를 계속 사용하는 대신 변기용 요석 세정제를 따로 사용합니다. 세정제를 안쪽으로 둘러주고 제품의 사용 방법에 따라 기다렸다가 변기솔로 닦고 물을 내립니다. 이런 부분은 힘을 많이 쓰는 것보다 오염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빨랐습니다.
욕실용 세정제 · 변기용 요석 세정제 · 변기솔 · 작은 브러시
05 배수구 냄새가 나기 전에 안쪽을 비웁니다
화장실 냄새가 신경 쓰일 때 향이 강한 제품부터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배수구부터 열어봅니다. 머리카락과 비누 찌꺼기가 안쪽에 쌓여 있다면 아무리 향을 덮어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덮개를 열고 눈에 보이는 이물질을 먼저 꺼냅니다. 사용하지 않는 칫솔이나 배수구 전용 브러시로 안쪽을 닦은 뒤 마지막에 배수구 세정제를 사용합니다.
배수구는 심하게 더러워진 뒤 한 번에 청소하는 것보다 생각날 때 한 번씩 열어 머리카락만 제거해줘도 관리가 훨씬 쉽습니다. 화장실에서 올라오는 특유의 냄새도 결국 이런 작은 곳을 얼마나 자주 관리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났습니다.
배수구 브러시 · 집게 · 배수구용 세정제
06 벽과 바닥은 굳이 손으로 다 문지르지 않습니다
작은 부분을 모두 끝낸 뒤에는 욕실 벽과 바닥을 닦습니다. 욕실용 세정제를 전체적으로 뿌리고 제품의 사용 방법에 맞춰 잠시 기다린 뒤 브러시로 닦습니다.
예전에는 욕실 바닥을 쪼그려 앉아 손으로 닦았는데 한 번 제대로 청소하고 나면 손목보다 허리가 더 아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무선 전동 청소 브러시를 사용합니다.
특히 타일 줄눈이나 벽처럼 넓은 부분에서는 전동 브러시가 편합니다. 제가 힘을 주어 여러 번 문지르지 않아도 되니 청소가 귀찮다는 느낌도 많이 줄었습니다. 청소도구는 많을 필요가 없지만 반복해서 힘을 써야 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제품은 확실히 자주 손이 갑니다.
욕실용 세정제 · 무선 전동 청소 브러시 · 욕실용 브러시
07 샤워부스가 깨끗하면 화장실 전체가 달라 보입니다
제가 화장실에서 가장 신경 쓰는 곳 중 하나가 샤워부스입니다. 바닥과 변기가 아무리 깨끗해도 유리가 뿌옇게 변해 있으면 전체적으로 오래된 화장실처럼 보입니다.
샤워부스에 물때가 많이 생긴 날에는 유리용 물때 제거제를 사용합니다. 부드러운 스펀지나 천을 이용해 유리 앞뒤와 아래쪽 모서리까지 천천히 닦고 물로 충분히 헹궈냅니다.
다만 물때 제거제는 모든 유리와 코팅 표면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용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합니다. 처음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먼저 시험해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샤워부스 청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세정제보다 마지막입니다. 깨끗하게 헹군 유리를 스퀴지로 위에서 아래로 한 번씩 밀어 물기를 없앱니다. 이 과정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며칠 뒤에 꽤 크게 보입니다.
유리용 물때 제거제 · 부드러운 스펀지 · 욕실용 스퀴지 · 극세사 타월
08 사람들이 깨끗하다고 하는 이유는 아마 마지막 2분 때문일 겁니다
가끔 집에 온 사람들이 화장실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깨끗하게 관리하느냐고 묻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특별히 청소를 잘해서라기보다 더러워질 시간을 많이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오기 전에 스퀴지로 샤워부스의 물을 한 번 밀어냅니다. 바닥에 물이 많이 남아 있으면 배수구 방향으로 밀고 수전에 물방울이 많이 묻은 날에는 마른 타월로 한 번 닦습니다. 전부 해도 몇 분 걸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물때가 심하게 굳기 전에 다시 청소할 수 있고 실리콘 주변도 계속 축축하게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결국 한 달에 한 번 몇 시간을 들여 대청소하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쪽이 저한테는 더 잘 맞았습니다.
09 머리가 복잡한 날이면 여전히 화장실부터 청소합니다
화장실 청소를 좋아한다고 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청소 자체가 항상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을 때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눈앞에 있는 작은 얼룩 하나를 지우는 일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수전의 물때 하나를 없애고, 배수구를 비우고, 뿌옇던 샤워부스를 닦다 보면 해야 할 일이 하나씩 끝나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한참 움직이고 나서 깨끗해진 화장실을 보면 머릿속도 조금은 단순해져 있습니다.
제가 청소할 때 지키는 순서는 천장과 환풍기 → 수전과 세면대 → 곰팡이 → 변기와 배수구 → 벽과 바닥 → 샤워부스 → 물기 제거 정도입니다. 어려운 방법은 아니지만 이 순서를 정해놓고 오염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니 청소가 훨씬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비싼 세정제도, 힘 좋은 전동 브러시도 아니었습니다. 샤워를 끝낸 뒤 물기를 한 번 밀어내고 작은 물때가 보일 때 바로 닦는 습관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제게 화장실을 어떻게 항상 이렇게 깨끗하게 유지하느냐고 다시 묻는다면 이제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한 번에 깨끗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러워질 틈을 조금 덜 주는 것이 제일 쉽다고요.
본문에서 이야기한 물때 제거제, 곰팡이 제거제, 틈새 브러시, 전동 청소기와 스퀴지 등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따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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