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주방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새로 인테리어를 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주방이 깔끔하고 예뻐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상판 때문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싱크볼이 달랐습니다. 반듯하게 떨어지는 사각 싱크볼에 은은한 엠보 표면, 널찍한 내부까지. 평소에는 별 관심도 없던 싱크볼 하나가 주방 분위기를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게 조금 신기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우리 집 싱크대를 보니 그제야 7년 동안 사용한 흔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잔기스는 셀 수도 없었고 오래 사용하면서 생긴 얼룩과 모서리의 묵은 때도 전보다 더 잘 보였습니다. 친구 집에서는 그렇게 예뻐 보였던 사각 싱크볼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제품 가격이나 한번 알아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싱크볼 가격을 찾아보고 설치비까지 알아보다 보니 어느 순간 직접 기존 싱크볼을 뜯어낼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01 친구 집 싱크대를 보고 우리 집 싱크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설거지를 할 때마다 오래된 싱크볼의 잔기스가 보였고 모서리를 닦을 때마다 묵은 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사각 싱크볼 가격부터 찾아봤습니다. 생각보다 종류가 많았습니다. 10만 원대의 저렴한 제품도 있었고 크기와 스테인리스 소재, 표면 처리에 따라 가격 차이도 꽤 컸습니다.
처음에는 싱크볼 하나 바꾸는 데 굳이 비싼 제품까지 필요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용하는 싱크볼도 어느새 7년을 썼다는 생각을 하니 가격만 보고 고르기는 싫었습니다. 한 번 설치하면 또 몇 년을 매일 사용하게 될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가격보다는 제가 싱크볼을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부분을 하나씩 생각해봤습니다. 흠집이 너무 잘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모서리 청소가 편했으면 좋겠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였으면 했습니다.
02 설치비 20만 원을 보고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사각 싱크볼을 셀프 시공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싱크볼을 구입하고 설치는 기사님께 맡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아본 곳에서는 싱크볼 가격과 별도로 설치비가 약 20만 원이었습니다. 기존 싱크볼을 철거하고 새 제품을 설치하는 작업이니 당연히 비용이 들어가지만 막상 싱크볼 가격까지 더해서 계산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금액이 커졌습니다.
그러다 아주 단순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 싱크볼을 떼어내고 같은 자리에 새 싱크볼을 올리는 것이라면 직접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겁 없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도 하나씩 찾아보니 수전을 분리하고 배수구를 빼고 기존 싱크볼을 떼어낸 다음 새 싱크볼을 실리콘으로 고정하는 순서였습니다. 글로만 봤을 때는 못 할 정도의 작업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설치비를 아껴보자는 마음으로 사각 싱크볼 셀프 시공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03 싱크볼은 최저가보다 오래 쓸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사각 싱크볼 최저가를 찾아보면 10만 원대 제품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몇 가지 조건을 정해놓고 제품을 골랐습니다.
가장 먼저 본 것은 표면이었습니다. 기존 스테인리스 싱크볼을 오래 사용하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이 잔기스였기 때문에 작은 흠집이 생겨도 상대적으로 티가 덜 나는 엠보 타입을 선택했습니다.
모서리도 중요했습니다. 각이 선명한 사각 싱크볼이 보기에는 예뻤지만 매일 음식물과 물때를 닦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청소가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사각 형태는 유지하면서 안쪽 모서리가 부드럽게 라운드 처리된 제품을 골랐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스테인리스 소재였습니다. 여러 제품을 비교한 끝에 STS304 스테인리스에 엠보 무늬가 적용된 하츠 폰테 HZ-E8301SF 사각 싱크볼을 선택했습니다. 일반 판매가는 30만 원으로 10만 원대 제품보다는 비쌌지만 몇 년 동안 매일 사용할 생각을 하니 이 정도는 투자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건을 받아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묵직했습니다. 두께감도 꽤 있어서 처음에는 혼자 들고 설치하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막상 들어보니 무게감은 있었지만 혼자서 충분히 옮길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엠보 표면 · 라운드 모서리 · STS304 스테인리스
04 막상 뜯어보니 가장 어려운 건 실리콘이었습니다
새 싱크볼이 도착하고 나니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수도를 잠그고 싱크대 아래로 들어가 기존 수전과 배수구를 분리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분리하기 전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뒀습니다. 나중에 다시 연결할 때 어느 부분이 어디에 연결되어 있었는지 헷갈릴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수전과 배수구를 제거한 다음 싱크볼 가장자리에 눈으로 보이는 실리콘을 제거했습니다. 싱크볼 아래쪽에는 상판과 싱크볼을 잡아주는 고정 브라켓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드라이버로 하나씩 풀어냈습니다.
여기까지 하고 나니 이제 싱크볼을 들어내기만 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힘을 줘도 싱크볼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나사를 하나 빼먹었나 싶어 싱크대 아래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습니다. 상판과 싱크볼 사이 안쪽에 남아 있던 실리콘이 7년 동안 단단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이번 셀프 시공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하나 고르라면 저는 새 싱크볼 설치가 아니라 이 오래된 실리콘 제거를 고를 것 같습니다.
싱크볼을 살짝 누르면서 상판과 싱크볼 사이로 실리콘 제거 칼을 넣고 둘레를 따라 조금씩 끊어냈습니다. 제가 사용한 제품은 끝이 ㄱ자로 꺾여 있어서 안쪽으로 밀어 넣기가 편했습니다.
한 번에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자르고 싱크볼을 움직여보고, 다시 잘라내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싱크볼 한쪽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제야 7년 동안 사용했던 싱크볼을 상판에서 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드라이버 · 실리콘 제거 칼 · 기존 실리콘을 닦아낼 도구와 행주
05 새 싱크볼을 올리는 순간 주방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오래된 싱크볼을 들어내고 나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싱크볼에 가려져 있던 실리콘 자국도 있었고 오랫동안 쌓인 오염도 남아 있었습니다.
빨리 새 싱크볼을 올리고 싶었지만 그대로 덮어버리기는 싫었습니다. 남아 있는 실리콘을 최대한 제거하고 상판도 깨끗하게 닦은 다음 새 싱크볼을 처음으로 올려봤습니다.
아직 실리콘도 바르지 않은 상태였는데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친구 집에서 처음 사각 싱크볼을 봤을 때 느꼈던 깔끔한 느낌이 이제 우리 집 주방에서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고정하지 않고 먼저 싱크볼 위치를 정확하게 맞춘 다음 연필로 가장자리를 표시했습니다. 실리콘을 바른 뒤에는 위치를 다시 조정하기 번거로울 것 같아 미리 자리를 잡아둔 것입니다.
다시 싱크볼을 들어내고 표시한 위치를 기준으로 실리콘을 발랐습니다. 실리콘 건을 따로 구입하는 대신 치약처럼 짜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골랐는데 처음 사용하는 저에게는 오히려 편했습니다.
실리콘을 바른 뒤 새 싱크볼을 천천히 내려놓고 위치를 맞췄습니다. 마지막에는 싱크볼과 상판 사이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가장자리의 실리콘을 손가락으로 정리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 과정이 가장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설치보다 철거가 훨씬 힘들었습니다.
06 바꾸는 김에 배수구까지 올스텐으로 바꿨습니다
기존 배수구를 다시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새 싱크볼을 설치하고 나니 오래된 배수구를 그대로 넣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배수구도 올스테인리스 제품으로 바꿨습니다.
배수구를 찾아보면서 의외로 오래 살펴본 부분은 안쪽 모양이었습니다. 안쪽에 턱이나 꺾이는 부분이 많으면 음식물이나 물때가 남기 쉬워 보였습니다.
제가 고른 제품은 안쪽에 꺾이는 부분이 거의 없이 곡선으로 이어지는 구조였습니다. 물을 흘려보내면 중간에 고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려가고 청소할 때도 안쪽을 닦기가 편했습니다.
수전은 새로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하츠 폰테 3WAY 주방 수전이 넓게 퍼지는 샤워 물줄기와 한 줄 물줄기, 청소할 때 사용하는 고압 물줄기까지 지원해서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다시 설치했습니다.
싱크볼이 넓어지고 나니 오히려 기존 수전의 샤워 물줄기가 더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설거지를 할 때 넓게 물을 뿌리고 마지막에는 고압 물줄기로 싱크볼에 남아 있는 음식물이나 거품을 밀어낼 수 있었습니다.
07 2시간이 지나고 계산해보니 전체 구성은 41만 5,230원이었습니다
처음 수도를 잠그고 기존 싱크볼을 철거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새 싱크볼과 배수구를 설치하고 다시 물을 틀기까지 약 2시간이 걸렸습니다.
작업이 끝난 뒤 이번에 사용한 제품 가격도 하나씩 계산해봤습니다. 하츠 폰테 엠보 사각 싱크볼은 30만 원, 실리콘 제거 칼은 6천 원, 실리콘은 6천9백 원, 올스텐 배수구는 4만3천 원이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하츠 폰테 3WAY 수전의 현재 가격 5만9천330원까지 포함해 전체 구성을 계산하면 총 41만5천230원입니다. 수전은 이번에 새로 구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이번 싱크볼 교체를 위해 새로 지출한 금액만 계산하면 35만5천900원이 들었습니다.
하츠 폰테 HZ-E8301SF 엠보 사각 싱크볼 300,000원
실리콘 제거 칼 6,000원
실리콘 6,900원
올스텐 배수구 43,000원
기존 사용 하츠 폰테 3WAY 수전 59,330원
전체 구성 415,230원 · 이번 신규 지출 355,900원
처음에는 설치비 약 20만 원을 아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끝내고 보니 돈을 아낀 것보다 제가 원하는 싱크볼과 배수구를 직접 고르고 제 손으로 바꿨다는 만족감이 더 컸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도를 다시 열고 물을 틀었습니다. 배수구 아래에 물이 새지는 않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고 싱크볼 가장자리도 다시 살펴봤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 놓고 새 싱크볼에 물을 가득 뿌려봤습니다.
08 친구 집에서 시작된 일이 우리 집 주방까지 바꿨습니다
엠보 표면 위로 물이 흐르고 넓어진 싱크볼 안쪽으로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친구 집에서 싱크대를 유심히 바라봤던 날이 생각났습니다.
그날은 싱크볼 하나 바꾸는 일이 이렇게 큰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제가 직접 오래된 싱크볼을 뜯어내고 새 싱크볼을 설치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직접 해보니 사각 싱크볼 셀프 시공에서 새 제품을 설치하는 것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존 수전과 배수구를 분리하고 7년 동안 굳어 있던 실리콘을 제거해 오래된 싱크볼을 깨끗하게 떼어내는 데 시간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주방 전체를 새로 인테리어한 것은 아닙니다. 상판도 그대로이고 수전도 이전에 사용하던 제품입니다. 그런데 싱크볼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매일 설거지를 할 때 느껴지는 분위기는 꽤 많이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예전에는 오래된 싱크볼의 잔기스와 모서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면 지금은 넓고 반듯한 사각 싱크볼이 먼저 보입니다. 엠보 표면이라 작은 사용 흔적에 예전만큼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친구 집 싱크대가 예뻐서 시작한 일이 결국 우리 집 싱크볼까지 뜯어내는 일로 커졌지만 지금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저는 한 번쯤 직접 해볼 것 같습니다.
다만 다음에 또 싱크볼을 셀프로 교체하게 된다면 새 싱크볼 설치 방법부터 찾아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직접 해봤으니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아마 가장 먼저 잘 드는 실리콘 제거 칼부터 챙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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